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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

[유기견] 누룽지 밥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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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첫째는 격주로 2~3일 등교하며 줌 수업을 하고, 1학년이 된 둘째의 신학기 생활에 대한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티스토리를 본의 아니게 잠시 접어두고 아이들과 동네 탐방을 다녔는데 떠돌아다니던 유기견 누룽지를 몇 번 보곤 하였다. 지난번보다 배가 더 홀쭉해져서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이가 다이소에서 뭐라도 사서 주자고 한다. 간식 두 개 사서 누룽지야 하고 부르니 배가 엄청 고팠던 모양이다. 경계심을 갖은 채 서서히 다가와 오물오물 씹어 먹는데 딱딱한 건 먹다 벹고, 부드러운 간식만 연신 먹어댔다.

관광지인 우리 동네엔 유기견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곤 한다. 그 강아지들은 혹시라도 주인들이 다시 나타날까 봐 버려진 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근처를 맴도는데 이 누룽지는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정도로 허기를 채우지 못하고 돌아다는 나날들이 많았나 보다. 차라리 들고양이들처럼 음식물쓰레기라도 뒤져서 먹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고, 여건이 되면 집으로 데리고 와서 키우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아이들에게 유기견에 대해 설명해주고, 보호센터에 가게 되더라도 사람들이 입양하지 않는 이상 생을 마감하는 주사를 맞는다고.. 어느 날 누룽지가 보이지 않자 첫째가 보호센터에서 데려간 거 아니냐며 말하니 둘째가 그런 생각하지 말자고 한다. 불쌍하다고. 며칠 지나 누룽지가 보여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공원을 둘러보니 누군가 사료와 물을 일회용 플라스틱에 담아 놓은 걸 보았다. 감사하기도 하지.

처음엔 참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을 애완동물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거면 시작이나 하지 말지. 우리 동네에 유기견이 누룽지가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부디 좋은 주인 만나 굶주림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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