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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나무 키우기/재미있는 놀이

붕어 구해주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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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옆동네 공원에 산책을 갔는데 웬 바람이 그렇게 사납게 불던지 집으로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한 바퀴만 돌파하고 거닐기 시작했다. 잉어들이 강물 따라 들어왔다가 못 나가고 근처의 공사로 인해 부분 부분 그물이 쳐져 있든 작은 공간에 갇혀 산란철의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기가 어찌나 큰지 아이들과 넋 놓고 보고 있다가 급 시들어진 호기심으로 인해 집에 가자고 재촉하는 삐약이들의 종알거림에 발걸음을 돌렸다.

주차장으로 가던 길목에 붕어들이 파닥파닥 뛰길래 이게 머선 일이고? 하면서 가보니 물이 빠졌는데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붕어들이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조금 깊은 곳에서는 붕어가 세로로 몸을 세워 가만히 있었고, 낮은 곳에선 저렇게 배를 보이며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아이들이 작은 돌멩이들을 가져와서 디딤돌처럼 만들어 붕어 가까이 가려고 했는데 신발이 젖으니 양말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걸 흔쾌히 허락하고 말았다.

작은 아이는 '많이 힘들었구나' 하며 대여섯 마리 들어다가 조금 깊은 물로 옮기는데 안을 때와 내려놓을 때와의 온도 차이가 커서 난 '패대기 치지 말아라' 잔소리도 해가며 붕어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큰아이는 몇마리 잡아서 놓아주더니 손에 비늘과 끈적임이 묻으니 그만 한다며 나오는데 그 강물은 깨끗한 거고, 네 손은 더럽지 않다고 몇 번이나 설명을 해주었다.

작은 아이는 붕어들의 뒤척임으로 인해 옷이 많이 젖었는데 행여나 찬바람에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는데 연못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집에 가자고 몇 번 말하니 그제야 다 구해줬다는 안도감을 내비치며 나오고 있었다. 잉어는 처음 보자마다 맛있겠다!라고 말했으면서 붕어는 배를 보이며 힘들어하니 먹고 싶다는 생각보단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나 보다. 기특한 녀석들!

 

 

작은 아이는 이런저런 방법 다 써가며 붕어를 잡더니 나중엔 꼬리를 잡고 얼굴 쪽을 들으니 붕어들도 얌전히 있어줘서 옮기기가 꽤 수월했다.  저녁에 남편이 동영상을 보고 나서 물고기 눈을 가리면 얌전해진다는 사실을 말하니 아이들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예쁜 귀들은 아빠의 말씀을 다 쓸어 담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붕어들의 힘든 상황을 보고 공원 측에 문의를 해보려다가 물 빠질 시간에 직원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붕어들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수 없이 많이 발생했을 테고, 난 아이들과 거의 6년 만에 처음 보는 거니까. 걱정 반 호기심 반 다행 반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몇 년전에 강물이 들어오는 어귀에서 아주 커다란 가물치를 보았었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뱀처럼 보이는 가물치는 내 태몽이다. 훗. 그래서 힘이 센 건가?

전혀 창피하거나 말 못 할 태몽은 아니기에 난 아이들에게 종종 얘길 해주곤 한다. 너네 외할머니께서 태몽을 꾸셨는데 가물치여서 아들이구나. 위로 아들 있으니 이제 아이는 그만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짜잔 하고 태어난 거지. 그래서 외할머니께선 엄마를 낳으시고 딸을 또 낳으시고, 또 딸을 낳으셨지. 그래서 아들 딸 딸 딸이 된 거야. 

아들이 귀한 동네라 우리 집처럼 딸들이 많은 집들이 엄청났다. 아들 낳으려고 6명인가 딸을 낳은 집도 있었고, 어른들의 아들 사랑으로 인해 아이들이 많아짐에 내 어릴 적 그 동네에선 하나도 심심하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게 해 주셔서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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