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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나무 키우기

도서관 탐방 / 집에서 책 읽기(생명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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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어렸을 땐 집에 책이 얼마 없어서 다 읽어주었고, 동네 도서관에 다니면서 자주 읽어주곤 하였다. 재작년인가 여름방학 때 큰아이는 돌봄에 보내고, 작은 아이랑 동네를 돌려고 했는데 너무 습하고 더워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나중엔 사서 분도 누나나 동생이 안 오면 물어봐 주실 정도로 자주 드나들었다. 전집을 사줄 이유가 없는 우리 부부에게도 도서관에서 얌전히 책을 보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한때 내가 티비중독이였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티브이를 많이 보여줘서 남편과 상의 후 몇 년 전에 티브이를 해지하였다. 주말엔 자유롭게 보고 싶어 하는 영상 틀어주고 아이들이 원하는 만화 다운로드하여서 보여주고, 호기심을 조금씩 해소시켜주는 방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은 평일날 내가 힘들다 싶으면 가끔 틀어주는 편인데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어서 지구에 관련된 다큐를 보여주고 원하는 영상을 틀어주곤 한다. 이 날도 주말이었을 텐데 책을 너무 안 본 것 같아 작은방에 간식 갖다 놓고 아이들에게 책 가져오라고 하니 끝도 없이 가져와 읽어주니 작은 산이 되어 있었다. 난 생명수인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다디단 간식들을 먹어가며 그렇게 마음의 양식을 쌓았다.

아이들이 책을 보며(한글을 떼기 전까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으면 하는 바램으로 목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재미나게 읽어줬고 지금도 그러하다. 글밥이 저때보다 많은 책들도 지루해하지 않고 끝까지 옆에 앉아 듣고 있는 둘째를 보며 아 많이 컸구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큰아이는 혼자 책 보고 혼자 생각하는 게 좋은지 같이 읽으려 하지 않고 듣고 있다가 재미있으면 어느새 옆으로 와서 같이 보곤 한다. 사이언스, 와이 책을 너무 일찍 접했기에 읽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라고 했더니 어느 때는 내가 몰랐던 상식도 말해주고 설렁설렁 읽는 게 아녔구나 하며 내 딸을 신뢰하지 못했음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미안해 딸!

만화책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상식도 쉽게 알려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이 있다면 문제를 처음부터 끝가지 읽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읽고 답도 엉뚱하게 쓴다는게 문제이다. 책을 좋아하면 공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내 오산이 하나 둘 깨지고 있는 이 시점에 머리가 얼추 큰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게 무슨 소용이랴. 더 크기 전에 민주적으로 대화하는 게 최고의 방법인 듯.

한 번은 큰아이가 3~4살 때인가 병아리 장난감이 갖고 싶다고 하여 책 45권 읽으면 사준다고(조건을 왜 걸었는지;;) 했더니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제목과 지은이를 적어가며 45권을 채워서 큰아이는 그 장난감을 얻어내고야 말았다. 대단한 집념을 가진 큰아이는 어제 호박씨를 까면서 다 까고 먹을 거라면서 하나도 제대로 까지 않고 제 입으로 들어가기 바쁜 둘째와는 다르게 진득하게 앉아 호박씨 몇십 개를 까고 있었다. 설렁설렁하는 나와 끈질기게 끝까지 해내는 남편의 모습을 보는 듯하였다. 나도 끈질기게 끝가지 해내는 건 있네! 책 읽어주기 ^^

 

도서관에 앉아 책은 못 읽지만 나와 남편의 회원증으로 14권의 책을 빌려오면 와~ 하면서 책을 하나 둘 꺼내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이게 행복이구나 새삼 느낀다. 남편도 봤으면 좋았을 텐데 다음엔 동영상을 찍어 보내줘야겠다. 아이들 크는 모습을 나만 오롯이 많이 보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밖에서 모진 풍파와 싸우느라 또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한데 이제 일어나야지요 숲 속의 잠자는 중년의 왕자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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