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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나무 키우기/마음의 양식

[블라인드 북] 도서관의 작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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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작은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지난주까지 4번인가 가져왔는데 회원 권당 1권씩 대출해주는 이벤트로 핵심 문구만 보고 골라오면 된다. 처음엔 아이들도 신나서 골라오더니 지금은 나와 작은 아이만 고르고 있다. 글밥이 제법 많기 때문에 큰아이는 싫증이 났던 것이고, 작은 아이는 선물을 받는 것처럼 신나서 고르지 않았나 싶다.

지난주에 받아온 슈거맨 늪지를 지키는 비밀 수비대와 독립운동 스타 실록.

두권 다 글씨 크기는 컸으며 마음 잡고 읽으면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을 내용이었는데 아이들의 집중력은 그리 길지 않고, 내 목 상태도 꽤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슈거맨 늪지를 지키는 비밀은 작은 아이에게 조금 읽어주다가 나 혼자 재미나게 읽었고, 독립운동 스타 실록은 도서권에 가자 조르는 아이들 앉혀 놓고 긴 설명이 들어간 페이지는 넘기고 대략 읽어주었다.

이 책들을 받아오면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 별점, 짧은 생각을 남기는 종이가 있는데 슈거맨 늪지를 지키는 비밀에 대해선 내가 적었고, 독립운동은 큰아이가 적었는데 '일본은 나쁘다'라고 짧게 적혀 있었다. 도서관 다녀온 날 작은 아이가 일본인들은 다 나쁘다고 해서 침략한 일본인들은 나쁘고 착한 일본인들도 많다고 설명도 해주었는데 아이들이 두루 생각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지난주에 받아온 블라인드 북 첫 번째 책 - 용의 미래(진정한 성공이란?)

작은 아이가 고른 책. 포장지며 끈이며 다 내 취향이라서 버릴 때 아까웠는데 끈은 모아서 컵받침이나 수세미를 떠서 사서님에게 선물로 드리려고 모으고 있다. 중학생들은 짧은 생각을 남기는 게 싫다며 아예 안 빌려간다고 한다. 이에 블라인드 북 이벤트를 처음 할 때 동네 분들에게 사진 찍어서 보냈는데 매주 갈 때마다 블라인드 북 이벤트 코너엔 같은 제목으로 그대로 포장지에 싸여 구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동네엔 중, 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참여도가 현저히 낮아서 덕분에 유치부, 초등부가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아이들이 중, 고등학생이 되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다. 

 

 

블라인드 북 두 번째 책 - 도서관을 훔친 아이(도서관에서 찾은 희망)

내가 고른 책.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 책을 빌려와 집 앞 비닐하우스에서 책을 읽다 그대로 두고 다음날 가 보았더니 비닐하우스의 습기로 인해 책이 달라붙었다고 얘기해주면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난리도 아니다. 그 책을 새로 사서 학교에 보냈는지 그대로 반납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도 책을 좋아했던 아이였음이 분명했다. 

중학교 땐 도서관에 가는 이유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러 가는 목적보다는 읍내로 이사 나와서 많은 학생들 속에 잘생긴 오빠 동생들 보러 갔던 이유가 50% 이상이었음을 지금은 당연하게 인정을 하는 바이다. 우리가 도서관에 갈 때 엄마는 역사책을 대여해달라고 하셨는데 조선왕조실록을 그렇게 많이 읽으셨다. 아빠는 무협 책을 읽으셨는데 중학교 시절 지나서는 부모님께서 책을 읽으시는 모습은 아예 보질 못한 것 같다. 

어느 날엔 엄마가 조선왕조실록을 읽으시다가 깜박 잠에 드셨는데 반사작용으로 인해 손가락이 까닥거리는 그 장면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저 위에 슈거맨 책을 읽을 때 내가 엄마처럼 책을 손에 끼고 두 번이나 잠이 들었던 것이다. 달콤한 수면제 같아서 그 잠을 놓칠 수가 없어서 ^^ 우리 엄마도 나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때의 엄마 나이와 지금의 내 나이가 비슷했으므로. 

 

가끔 책 냄새를 맡기도 하고, 소리내어 읽기도 하고, 소파에 책이 한 무더기 쌓여 있으면 아이들에게 치우라 잔소리 치지만 책과 부딪혀 살아가는 우리 가족들이 좋다. 남편님도 분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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