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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

[감정 읽어주기]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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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로 두근두근 했던 3월도 다 지나가고 큰아이 둘째 아이 순서대로 전화상담을 했다.

큰아이의 주된 상담 내용은 친구관계, '나'를 표현해서 제출한 종이를 보시고 선생님께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내가 설명드리는 방면으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20분을 꽉 채워서 상담한 결과 큰아이는 학교생활을 무척이나 잘하고 있으며, 엄마가 그렇게 소리 지르고 혼내는데도 부모님 사랑한다는 메시지도 써주었다. (고마워 딸 ㅜㅜ) 선생님께 반에서 핸드폰 갖고 있는 비율을 물어보자 확인해 보신다고 했다.

어제 큰아이가 하교 후에 엄마 집에서 칼림바 하는 핸드폰도 폰이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더니 자기는 손을 들었다고 한다. 난 없다고 했는데 아이가 손을 들어 짤막하게 설명하는 톡을 보내니 27명 중에 큰아이를 포함하여 7명이 없다고 했다. 전화나 문자가 되는 폰을 가지고 있는 학생 손 들라고 하셨다는데 왜 들었어? 하니 큰아이는 공기계에 전화 모양 있잖아 라고 그 나이답게 경쾌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어느 핸드폰이든 다 전화 모양은 있단다 라고 설명해주고..

 

 

 

둘째 담임선생님과의 통화시간은 24분을 꽉꽉 채워서 이루어졌다.

전화를 하시자마자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데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학기에 간간히 친구들에게 놀림 받거나 혹은 본인이 친구들 놀려서 설명해주고 사과까지 하게 했는데 상담하는 날 큼지막한 대형 사고를 친 우리 아들.

며칠 전에 수학익힘을 했는데 수학 익힘을 꺼내라고 선생님께서 잘못 말씀을 하셨은데 아까 했는데 왜 또 하냐며 울었다는 얘길 합기도 다녀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했었다.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서도 잘못 말씀하셨다며 사과까지 하시고 금방 진정이 되는 아이를 보며 이런 기질이 있고 이렇게 대처하면 되겠구나라고 생각을 하셨더란다. 작은 아이에겐 사람은 다 실수할 수도 있다고 그렇게까지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어젠 마지막 수업시간에 종이로 요요를 만드는 수업이었는데 어려운 거고, 못하면 다음날 하자고까지 설명을 해주셨는데 작은 아이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종이도 집어던지고 포효를 했다는 것이다. 15명 중에 6명이 완성한 거면 정말 어려운 건데 내 아이는 끝까지 완성을 하고 싶었나 보다. 며칠 전에 울었을 땐 선생님께서 아이를 달래줄 시간이 있어서 아이의 감정을 다 읽어주셨는데 어젠 아이들을 집에 보내야 할 시간이어서 달래줄 시간이 없었고, 아이가 진정되는 시간이 한참이나 걸렸던 모양이었다. 아이가 집에서 생활하는 내용과 훈육방법을 물어보셨고, 선생님의 교육 신념도 설명해주시면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선생님께서 물어보시길 위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되면 첫번째는 아이를 수업이 끝난 후 남아서 끝까지 감정을 읽어주느냐, 두 번째는 아닌 건 아니다고 단호히 얘기하느냐 라고 하시길래 감정을 읽어주시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해주시라고 반반을 섞어 대답해 드렸다. 큰아이 1학년 때도 담임선생님이셨는데 누나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적잖이 놀라셨던 모양이다. 집에서 더 노력한다는 말과 더불어 아이의 문제점을 알고 계셔서 대화하기 편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1학기 상담이 마무리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부부는 여러 방면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와서 아이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표출을 했었다. 위와 같은 상담 내용을 남편에게 말하기 자기가 말과 행동을 그리 해서 그런가 보다 대번에 후회를 하고 나 역시도 아이들이 좀 컸다고 육아에 관련된 공부를 하지 않고, 소리만 고래고래 질러대며 훈육했던 과거를 회상하게 됐다. 답답함에 동네 공원을 한 바퀴 걷고 집으로 돌아와서 오은영 박사님과 아들 전문 유투버 최민준 님의 영상을 찾아봤다.

 

그중에 가슴에 와 닿는 문구를 몇 개 적어 봤는데 또 한 번 상기시키기 위해 적어본다.

1. 아이들에게 자신이 조건 없이 사랑해준다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

2. 상대방이 자신에게 자극을 줬다고 꼭 자신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힘의 균형)

3. 불편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그때그때 편안하게 표현하도록 연습시킨다(거울)

4. 아이는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오랜 기간 가르칠 대상이지 싸울 대상이 아니다.

5. 잘 키우는 것보다 해를 안 주는 게 더 중요하다.

6. 인간의 도리 - 안 되는 거는 안되는 거야. 참고해야 하는 거야.

7. 말로 가르쳐서 아이도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해나가는 것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8. 양육자의 분노가 최강으로 가면 '잠깐'을 외치고 뒤돌아서거나 다른 장소에 가서 15초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이와 대화한다.

 

퇴근한 남편과 상담내용을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아이들 재우고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작은 아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짤막한 영상을 여러 개 찾아보면서 같이 울었다. 남편도 참지 않고 울었고, 난 영상 하나하나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눈물 콧물 다 쏟아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내일은 더 사랑으로 보듬어줘야겠구나 화내지 않고 말로 해를 안 줘야겠구나를 다짐하게 했다.

부드러운 언어를 입에 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테지만 우리 부부가 노력하면 아이들은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꼭 그럴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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