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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

생명수와 함께 하는 하루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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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50분 7시

알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대면 난 어느새 주방에 서서 남편과 나의 생명수인 커피를 내리고 있다.

10초 뜸 들이는 게 퍽이나 귀찮은지 내려가는 물길 따라 커피의 거품이 숭숭 올라올라치면 연신 물을 부어본다. 뭐 요기할 만한 게 없나 토마토 하나 꺼내어 썰어주니 지난번 것보다 맛있다며 거의 다 먹고 나서 거친 바다로 향하는 남편에게 힘내라고 사람들과 싸우지 말라는 무언의 손 흔듦을 하고 이불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먹어도 포만감 없는 고구마형과자와 앵두과자(전날 간식)

초2, 7살 아이를 둔 전업주부의 일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다만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여 가끔 괴물이 될 뿐..

큰아이가 9시 30분에 원격수업을 시작하면 난 작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러 다른 방으로 향한다.

방마다 책이 있긴 한데 오늘은 글밥이 제법 있는 이솝우화를 가져오길래 30분 넘게 읽어주고 나니 아 생명수 마시면서 할 걸 하며 뒤늦은 후회를 요 며칠 해대고 있다. 큰아이가 개인 공부를 끝내면 작은아이와 둘이 놀다 싸우다 심하게 자지러지게 소리 질러가며 웃으며 놀면 가서 중재하고 나중엔 반찬 한다고 거실 창문 열어둔 것도 잊은 채 이름을 아! 주! 크게 불러댄다. 왜 우리 건물엔 아이 있는 집이 우리뿐인 건가? 참혹한 소음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이 기분.

 

서서히 기울어져가는 해님의 기분과 같이 내 기분도 같이 기울어져 육아 퇴근을 서두르게 된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작은아이 입원했을 때마다 느끼곤 했는데 지금 이 시국에도 충분히 느끼지만 육퇴만큼 강렬한 보상은 세상 어딜 가도 없을 것이다. 아직은 아이들이 말을 잘 들어 9시 전에 들어가 자라고 하면 양 500마리를 셀 지언정 들어가 눕는다. 기특하기도 하지.

 

남편의 퇴근시간이 얼추 8시 전후가 되는데 오늘처럼 늦는 날이면 나만의 자유시간이 좀 더 길어져 조금 아주 조금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밤에 눈 감았다 뜨면 아침이요 이불 깐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개고, 아이들 식사 준비에 엄청난 설거지와 매일 하지 않으면 먼지 구덩이가 되어가는 집구석. 그리고 빨래까지! 다 괜찮다. 내 감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상처 받는 모습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이 마흔 살 아줌마야.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리지 말고 남의 이목에 관심 끄고 당당히 살자를 다짐하며 오늘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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