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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

어릴 적 그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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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동네엔 아이들이 꽤 많았었다. 아들 귀한 동네여서 딸들이 엄청 많았고 우리 집 또한 1남 3녀. 더 많은 집은 1남 6녀인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시정에 모여 놀곤 했었다. 추수가 다 끝나고 시정 근처에 낮은 언덕에 자라난 풀에 불을 지피며 태우고 있었는데 근처 논에 지푸라기를 집처럼 쌓아 올린 곳에 막냇동생 친구가 거기에다 불을 내고야 말았다. 동네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까지 활활 타오르는 지푸라기 집을 보며 그냥 넋 놓고 보고만 있었다. 지푸라기도 어디에 팔려고 그리 쌓아 놨던 것일 텐데 우린 그저 신나게 타오르는 지푸라기 집을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갔었을 것이다. 

그 시정엔 정자 2개가 있었고 묘도 있었고 커다란 나무들도 있었다. 왜 거기에 묘가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한 게 동네 사람들이 묘 밑으로 난 길로 다니긴 했었는데 눈이라도 많이 내리면 그 묘는 놀이터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난 한 번도 혼나 본 적이 없는데 기억이 안나는 것일 수도.. 한적한 시골 동네의 길목마다 나의 발걸음이 신나게 돌아다니고 뛰어다니고 했던 그 무수한 시간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할 나의 아이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음에도 감사하고.

할아버지 정이 없어서 할머니들은 편안한데 할아버지들한텐 안 보이는 벽이 생겨서 큰아이 태어났을 때 집 근처 세탁소 할아버지한테 무수히 찾아가서 인사하고, 둘째 아이 태어났을 때도 무수히 찾아가 인사했더니 동네 엄마가 친할아버지인 줄 았았다며 ^^ 흰머리가 좀 많으셨을 뿐이지 자식들 결혼도 안 시켰는데 할아버지라고 했으니 아이들 인사받아주신 많은 나날들이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요즘은 아이들한테 내 어릴 적 얘기를 해주면 꺄르르르 하고 웃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 아 내가 얼마나 개구쟁이였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나처럼 회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나날들도 많아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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