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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

팥칼국수 보글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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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칼국수 ♡

 

부모님께선 농작물을 추수하시기에도 바쁘신데 팥을 털어 자식들에게 올려 보내 신다. 이쁜 팥을 고르실 시간은 없으심을 알기에 나는 가족들과 열심히 돌이며 벌레 먹은 팥을 골라내었다. 올 가을엔 고르기 2번을 했더니 팥 고르기 신동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팥 부자가 되어서  두 번 해서 동네 엄마들과 나눠 먹고, 세 번째 한 팥은 진한 앙금을 만들어 한 끼 먹을 양만 얼려두었다. 칼국수 사 와서 물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전 과정의 수고스러움은 한 숟가락의 팥 국물을 입에 넣는 순간 없어지는 것만 같았다. 소금, 설탕의 조화와 김치의 칼칼함까지 더 해져서 온몸을 덥히고도 남을 정도로 팥의 기운은 정말 대단했다.

음식이나 재료들을 나눔 하면 감사 표현이 인색한 분들이 더러 있는데(필요한 것만 받는 스타일) 이번엔 그분들 중 한 분이 한 끼 잘 해결했다며 아주 길게 표현을 해줘서 나름 뿌듯하기도 그러면 더 흥이 나서 다른 요리에 도전할 용기도 생겨나는 것 같다. 무얼 받으려고 나눔 하는 건 아닌데 내가 준 거 잘 받아주고 잘 먹어주고 표현 잘해주면 난 막 퍼 주는 스타일인데 잘 안 받고, 표현도 잘 안 하면 신경이 덜 간다는 사실. 나조차 그런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보답에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게 최고! 인사만 하다 최근에 왕래가 좀 잦아진 분이 계시는데 김장했다며 김장김치와 수육 2팩을 가지고 오셨었다. 정성이 한껏 들어간 음식을 보자 남편이 이게 바로 주고 욕 안 먹는 거라며 말하기에 나도 모르게 그러네 하며 맞받아쳤다. 그 뒤로 나눔 하는 부분에 있어서 종이가방에 머리카락은 없는지 그릇은 깨끗한지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한번 해 먹을 팥이 냉동실에 남았다. 이건 호박죽을 조금 드렸는데 bhc 치킨 쿠폰 보내주신 분과, 친정어머니가 팥을 안 좋아져서 못 얻어 드신다는 친정아버지의 사연을 가지신 분과, 갱년기로 고생하시는(진짜 맛있는 거 먹고 싶다며 이 말을 듣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 팥죽은 또 좋아하신다고) 그분께 드리고 싶다. 뭐 동네 아는 사람 다 주고 싶은데 오지랖도 이제 좁혀지나 보다. 베풀 수 있을 정도에서 스톱하고, 따뜻한 온정 나누니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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