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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리고 오늘

나무야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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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살다간 민달팽이 - 나무

김장 때 비료포대에 대파를 담아왔는데 같이 상경한 민달팽이. 날씨가 추워서 당분간 집에서 기르다가 봄이 되면 자연으로 돌려보낼 생각으로 아이들이 나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오늘 아침에 큰아이가 나무가 없어졌다며 찾길래 화장실 가는 길에 거무티티한 게 보여서(안경을 안 쓴 채 보니) 뭐지? 고구마 말랭이인가? 생각하고 다녀왔더니 큰아이가 나무가 말라죽었다며 가리켰다. 둘째 아이는 나무집에 있던 말라비틀어진 사과 껍질을 가지고 안방으로 갔다가 다시 나와서 나에게 보여 주며 나무는 오이 양상추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힘없이 말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더니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하였다. 말라서 죽은 나무를 보고 충격도 받고, 다큐로만 보던 죽음을 집에서 실제로 실감을 하니 더 슬펐었나 보다.

올챙이 때처럼 괴롭히지 않고 아침마다 분무기로 수분 충전시켜 주고, 나무 밥 달라며 끊임없이 나에게 주문을 했었는데 아이의 마음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이해가 되어 등 두드려주며 기분이 풀릴 때까지 안아 주었다. 엄마도 네가 말하는 거 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진정했다가 다시 울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엄마품 아빠품에 오고 가며 내 아이는 헤어짐이라는 감정에 마음껏 슬퍼하며 자러 들어가는 지금까지도 나무가 생각난다며 얘기하고 있다. 나무야 잘 가 ㅜ

 

겸둥이 조카 머리에 토마토 하나 ^^

 

작은 머리핀을 만들려고 여러개 떠 놓고 아이들에게 디자인을 부탁했었는데 그때 바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집어넣었다가 막내가 놀러 온다기에 부랴부랴 아이들에게 다시 부탁했다. 발등에 불 떨어졌지 뭐 ㅜ.ㅜ 작년에 우리집에서 막내가 산후조리를 한 달여간 했었는데 그 갓난쟁이가 이젠 서서 걸어 다니고 엄아 아빠 언니 소리도 제법 하고, 애교 짓도 얼마나 많이 하던지 눈에서 하트가 뿅뿅 발사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여러 핀 중 막냇동생이 큰아이가 디자인한 토마토 핀을 조카 머리 위에 꽂으니 너무 앙증맞고 귀여웠다.

코로나로 인해 엄마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적응시간도 탐색 시간도 꽤 걸리긴 했는데 울음이 짧고, 웃음이 많아 어딜 가나 사랑 많이 받을 아이임에 나름 걱정을 덜어내었다. 막내 내외 데이트하라고 우리가 한 시간 좀 안되게 놀아줬는데 남편은 온몸을 불사르며 놀아주고, 아이들도 서로에겐 잘 하지 않는 친밀한 말투와 행동으로 사촌동생과 재미나게 놀아주었다. 작년에 내 품에서 많이 안겨 있어서 그런가 애기 냄새가 나서 너무 좋았는데 이제 쉬지 않고 움직이는 조카를 계속 안아줄 수는 없어서 동작 하나하나 옹알이 하나하나 할 때마다 오구오구 칭찬 백양동이씩 부어주고 박수 쳐주고, 열정을 다 쏟아도 아깝지 않을 조카와의 만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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